소설/에세이
책소개
“슬픔에는 슬픔을 구원할 힘이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문장가 와카마쓰 에이스케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에게 보내는 열한 통의 편지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한 공감과 위로의 책. 삶의 숙명과 같은 죽음, 슬픔, 사랑의 본질을 문학·철학적으로 고찰하고 특유의 차분하고 섬세한 문체로 풀어내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가”로 손꼽히는 와카마쓰 에이스케의 신작 에세이다. 아내를 잃은 작가의 고백을 시작으로 슬픔의 근원에 관한 깊고 단단한 사유가 편지라는 친근한 형식에 더해져 절망에 잠겨 있는 이들에게 뜨거운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이 책의 단평을 쓴 문학평론가 조형래는 작별에 직면한 사람들의 상태를 프로이트의 ‘멜랑콜리(melancholy)’로 인용하며 그러한 멜랑콜리에 압도된 사람들에게 상실을 감당하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법에 대해 조곤조곤 일러주는 “더없이 다정할 책”이라고 평했다.
죽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의 마음은 그 무엇으로도 형언할 길이 없다. 그러나 저자는 슬픔을 기초로 스스로를 절망이 아닌 ‘구원’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한다. 비탄의 순간에도 꽃을 피워낸 수많은 문인, 철학자의 문장과 생애를 통해 고통 속에서 가려진 슬픔의 본래 의미를 밝힌다. 죽음이 곧 부재(不在)나 완전한 상실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희망, 기도, 사랑, 신뢰, 위로… 그 무엇도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슬픔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람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설명하며, “슬픔도 쌓이고 나서야 비로소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내밀한 진실을 편지 안에 고이 담아 보낸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지은이 와카마쓰 에이스케 若松英輔
문학평론가. 수필가. 게이오대학교 문학부 불문과를 졸업했으며, 미타문학 편집장과 요미우리신문 독서위원으로 활동했다.
삶의 숙명과 같은 죽음, 슬픔, 사랑의 본질을 문학·철학적으로 고찰하고 특유의 차분하고 유려한 문체로 풀어내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며 일본을 대표하는 문장가로 자리매김했다. 이 책은 아내를 잃은 작가의 담담한 고백과 함께 슬픔의 근원에 관한 깊은 사유가 편지라는 친근한 형식에 더해져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뜨거운 공감과 위로를 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7년 〈구도의 문학-오치 야스오와 그 시대〉로 미타문학 평론 부문 신인상, 2016년 〈예지의 시학-고바야시 히데오와 이즈쓰 도시히코〉로 제2회 니시와키 준자부로 학술상, 2018년 시집 《보이지 않는 눈물》로 제33회 시가문학관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슬픔의 비의》《말의 선물》《행복론》《살아있는 철학》 등 다수가 있다.
옮긴이 나지윤
숙명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학 대학원에서 국제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잡지사 기자로 일했으며 현재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죽음을 앞둔 사람의 말》《해결하고 싶은 남자 공감받고 싶은 여자》《개의 마음》《나를 닮은 집》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 서평
“온전히 슬픔과 마주할 때
타인과 공감하고 세상과 연결된다”
어둠이 있기에 빛의 존재가 살아나듯 삶에는 죽음이라는 필연이 깃들어 있다. 죽음은 절대적이며 회피할 수 없다. 그래서 슬픔은 인간이 가진 가장 보편적인 감정이다. 비단 가까운 사람의 죽음뿐 아니라 세월호나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대규모 참사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깊은 슬픔을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똑같은 슬픔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가 아니면 누구도 그 슬픔의 본질에 다가갈 수 없다. 마음에 짙게 남은 상흔… 이 책은 바로 그 슬픔에 관한 이야기다.
일본은 동일본대지진으로 수십 만 명이 희생됐으며 아직도 그때의 시간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인 와카마쓰 에이스케는 “슬픔을 느낄 때 내면의 자신과 조우하게 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슬픔과 이어지는 계기가 된다”면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동일본대지진 피해자와 유족들의 애도 웹사이트 〈NHK 고코로포토〉와 마이니치신문에 쓴 글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단행본으로 엮어 출간됐다. 이 책은 슬픔을 경험한 이들에게 같은 밤을 지새웠던 인생의 동료로서, 삶을 탐구하는 평론가이자 사상가로서, 진솔하게 써내려간 공감과 위로의 글이자 슬픔에 바치는 연서다.
-‘슬프다’, ‘사랑한다’는 ‘아름답다’는 말_슬픔의 항상성
슬픔이 없는 삶은 없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이별의 순간이 오고 슬픔 가운데 살아가야 할 때가 있다. 부모, 자식, 배우자, 연인, 가족, 친구… 존재의 부재로 인한 깊은 슬픔과 상실감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큰 고통일 것이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남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저자는 홀로 남은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과 분노, 절망, 무력함으로 슬픔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떠나보낸 이를 향한 슬픔을 안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흔히 슬픔을 극복해야만 하는 비참한 감정이라고 여기지만, 사실 “슬픔은 인간이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감정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시인들은 오래전부터 ‘슬픔’을 표현할 때 ‘슬프다(悲)’만이 아니라 ‘애처롭다(哀)’, ‘사랑스럽다(愛)’, ‘아름답다(美)’라는 여러 글자로 사용했습니다. 지혜로운 조상들은 알고 있었나 봅니다. 슬픔에는 본래 여러 마음이 깃들어 있음을, 진심으로 슬퍼하는 사람만큼 실로 아름다운 사람이 없음을 말입니다.”
-죽음과 이별도 삶이다_슬픔의 편재성
슬픔은 어디에나 있다. 저자는 몇 해 전 암에 걸려 11년간 투병생활을 하던 아내와 사별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병세가 호전되리라 믿었기 때문에 이별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았고, 아내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고 후회했다. 아내가 남긴 “이젠 지쳤어”라는 마지막 한마디를 떠올리며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고 자책 어린 고백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내를 향한 애정이 글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 처연한 가운데도 엷은 미소가 번지게 만든다. 이처럼 편지글에서 저자는 상실 후 맞닥뜨린 자신의 슬픔을 담담하지만 청미한 어조로 읊조리며 누군가의 슬픔이 공명할 수 있기를 기다린다.
또한 상실의 아픔을 딛고 슬픔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힘이 되었던 시인 마리아 릴케, 철학자 이케다 아키코, 소설가 하라 다미키, 한센병을 앓으며 평생을 격리되어 살아야 했던 사람들 등 다양한 이들의 삶과 글을 끌어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에게 손길을 내밀며 작은 떨림을 전한다.
철학자 요시미쓰 요시히코는 결혼한 지 3개월 만에 아내를 떠나보내며 이런 글을 남겼다.
“죽은 자를 잘 묻는 길은 죽은 자의 넋을 산 자의 가슴에 간직하는 것이다.”
와카마쓰 에이스케는 이렇게 바꿔 말한다.
“떠난 사람을 잘 보내는 길은 떠난 사람의 힘을 빌려 언제까지나 행복해지는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찾을 수 있는 인생의 언어_슬픔의 전환성
슬픔은 그 모습을 바꿀 수 있다. 사람들은 인생에 시련이 닥쳤을 때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밝혀줄 언어를 찾는다. 슬픔의 끝자락에서 살아갈 의미를 알려줄 인생의 언어를 찾는 일, 그것은 공감, 위로, 응원, 힐링, 조언, 치유, 애도, 용기,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이 책은 겉만 그럴 듯하거나 달콤하기만 한 위로의 글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해 사람들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한 작품 속에서, 슬픔을 간직하며 살아간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 본연의 슬픔이라는 감정과 고통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사유한다.
저자는 “넘어져 보지 않으면 일어서는 의미를 알지 못하듯 슬픔도 쌓이고 나서야 슬픔의 의미를 알게 된다”고 말하며, 슬픔의 근원인 자신에게 가까워질수록 인생의 언어를 발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저마다의 슬픈 사연을 안고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행간에 녹아든 그들의 삶의 태도는 그동안 외면했던 우리의 자화상과 마주 보게 하고, 꿋꿋이 살아가는 자기 안에 슬픔을 전환할 희망이 있음을 보여준다.
“당신을 구원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 자신입니다.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전부 자기 안에 있습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도 전부 자기 안에 갖춰져 있습니다.”
-슬픔의 한가운데서 길어 올린 편지_슬픔의 기록성
슬픔은 내면에 적어놓는 상실의 기록이다. 열한 통의 편지에는 대부분 수신인이 없다. 발신인은 우리 삶을 관통하는 가장 어려운 화두인 ‘슬픔’을 붙들고, 친구의 고민에 대답하듯 친근하지만 조심스럽게 스스로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도록 편지라는 매개체로 사분히 이야기할 뿐이다.
이 편지들은 저자가 아내의 죽음과 직면하며 느낀 상실감에 대한 기록인 동시에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나려 고군분투하는 모든 사람에게 바치는 독려의 글이다. 또는 누군가에게 진정 어린 위로를 건네고 싶은 사람과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있는 사람에게 미처 다하지 못한 마음을 부디 글로, 말로, 행동으로, 표현하라는 사랑의 전언이기도 하다.
“당신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편지를 쓰세요. 죽음은 우리가 삶을 마칠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주는 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언젠가 남겨질 사람들을 위해 마음을 다해 편지를 쓰세요.”
Ⅰ_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마주치다
눈물 속에 파종하는 자, 기쁨 속에 수확하리니
누군가를 마음 다해 사랑하는 일
쌓여가는 슬픔
Ⅱ_내 글이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어둠 속에서 홀로 베개를 적시는 밤
슬픈 당신에게 다가오는 것
사라지지 않는 내면의 빛
그대여, 그대가 오직 진리다
Ⅲ_슬픔이 스미는 시간
보이지 않는 눈물
영혼에서 피어나는 꽃
읽고 쓰는 것이 주는 위로
Ⅳ_우리에게 축복을 내려주소서
하늘에서 온 사자(使者)
글을 마치며
단평(조형래_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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