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육
‘남겨진’ 것들이 말해주는 ‘사라진’ 로마
토목·건축의 관점에서 다시 살피는 로마 이야기
‘빵과 서커스(Bread and Circuses)’는 로마가 시민들에게 제공한 식량(빵)과 오락 및 휴식거리(서커스)를 가리키며 ‘포퓰리즘(populism)’의 대명사로 쓰이는 표현이다. 훗날 긍정적·부정적 평가가 공존하게 되는 당시 로마제국의 정책이기도 했다. 이 책은 ‘빵과 서커스의 제국’ 로마의 흥망성쇠를 로마제국이 남긴 건축, 교량, 도로, 수도 등의 유형 유산을 통해 고찰한다. 한 마디로 말해 ‘남아 있는 것들로 살피는 사라진 로마’다. 일본 유수의 건설회사 다이세이(大成) 건설 토목 책임자로서 세계적 교각으로 평가받는 세토(瀬戸) 대교 등을 설계·시공한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모두 풀어 로마 역사를 토목·건축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기존에는 생각지 못한 시각으로 로마의 발전과 몰락을 다룬다. 물건이 그 사람을 말해주듯이 유산이 그 문명을 증명한다. 현재 세계 유산으로 보호·연구되는 로마의 수많은 건축물과 방대한 유물을 통해 로마를 로마이게 한 요소들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라지자 세계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파헤친다. 나아가 저자는 “467년에 서로마제국이 멸망하지 않았다면 인류 역사는 어떻게 전개됐을까?” 하는 커다란 질문을 던지면서, 찬란한 문화와 과학기술로 1,000년을 군림한 대제국이 멸망함과 동시에 ‘암흑의 중세’가 시작된 역사의 아이러니도 추적한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들이 120컷이 넘는 컬러 사진과 어우러져 독자의 흥미를 이끌고 이해를 돕고 있다. 아울러 이 책은 일본에서 출간된 원서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한국에서의 출판을 목적으로 저자와 직접 계약해 오리지널 판권을 획득한 드문 사례이기도 하다.
‘빵과 서커스’의 제국 로마의 번영과 몰락
“시민들은 로마가 제정이 되면서 투표권이 사라지자 국정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과거에는 정치와 군사의 모든 영역에서 권위의 원천이었던 시민들이 이제는 오매불망 오직 두 가지만 기다린다. 빵과 서커스를.”
_데키무스 유니우스 유웨날리스(Decimus Iunius Iuvenalis, 60~130)
―로마제국, 현대 사회의 데자뷰
현대 사회는 번영과 포식이 보여주는 빛에 반해 도시로의 인구 집중과 지방 도시의 과소화, 3D 직종의 기피, 정치적 포퓰리즘, 난민 문제, 종교적 갈등에 기인한 국가 분단 현상이라는 어두움이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은 고대 로마제국의 ‘번영과 쇠망’ 과정과 유사하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고대 로마는 오늘날의 ‘데자뷰(deja-vu)’다.
저자는 이 책에서 로마제국의 역사를 그들이 남긴 성벽, 상·하수도, 가도(街道), 해도(海道), 공공 욕장, 원형 극장, 원형 경기장, 전차 경주장, 신전, 도서관과 같은 토목·건축 유산과 연결해 살피면서 다음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마는 왜 제국의 구석구석까지 대규모 시설을 지을 수 있었을까?
로마의 스승이라 불리던 그리스는 왜 그러지 못했을까?
《로마제국 쇠망사(The History of 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의 저자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 1737~1794)이 말한 것처럼 로마는 “세계 역사상 인류가 가장 행복한 시대”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었을까? 인류의 행복과 번영의 관점에서 《로마제국 쇠망사》가 출간된 1788년까지 무려 1,300년 동안 로마제국을 넘어서는 나라는 서양 세계에 없었다. 행복한 시대에는 전란이 없을뿐더러, 식량 걱정도 없이 오락과 문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로마가 제공한 ‘빵과 서커스’ 덕분이다.
‘빵과 서커스’는 로마가 시민들에게 제공한 식량(빵)과 오락 및 휴식거리(서커스)를 가리키며, ‘포퓰리즘’의 대명사로 쓰이는 표현이다. 그래서 일찍이 로마의 시인 유웨날리스는 이 때문에 로마 시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졌고 타락했다고 탄식했다. 하지만 쇠퇴는커녕 그로부터 약 400년 동안이나 대제국은 더 유지됐다. 그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물론 행복한 시대에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나태해진다. 확실히 포식과 오락에 빠진 사람들은 힘들고 귀찮은 일을 싫어하게 된다. 실제로도 로마에서는 점점 오락과 쾌락의 자극이 넘치는 도시로 모여드는 가운데 저출산, 지방의 과소화, 농업 생산 감소 문제가 발생했다. 그 결과 제국의 세수가 감소해 국력이 약해졌다.
이는 현대 국가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로마는 이런 문제들에 나름대로 대처하면서 370여 년 동안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글이 작성된 시점을 기원후 100년경으로 산정하더라도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476년까지 무려 376년간이나 대제국은 유지됐다.
‘빵과 서커스’, 이른바 ‘포퓰리즘’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시민들이 나태해졌는데도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대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그것도 수도인 로마뿐 아니라 저 멀리 변방의 속주에서도 같은 수준의 번영을 누릴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그런데 왜 멸망한 것일까? 그리고 멸망 뒤에는 무엇을 남겼을까? 이 같은 의문을 풀어나가고자 한 노력이 바로 이 책 《빵과 서커스》다.
―2,000년을 견뎌낸 로마 유산의 증언들
이 책에서 다루는 고대 로마에 관한 세계 유산은 약 2,000년의 풍상을 견디고 살아남은 구축물과 복구물, 재사용된 것, 건축재로의 활용이나 채석장으로 전락한 인위적 파괴 그리고 자연재해를 면한 것들이다. 고대 로마는 현재의 유럽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중동도 지배했다. 그래서 고대 로마와 관계가 있는 세계 유산 66건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주변 수많은 나라에 산재해 있다. 66건 중 많은 순서대로 정렬하면 이탈리아, 에스파냐, 터키, 이스라엘, 프랑스, 튀니지 등으로 로마제국 영토에 골고루 분포한다. 또한 독일,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리비아, 알제리, 모로코 지역에도 많은 로마 유산이 남아 있다.
그런데 로마제국 멸망 이후의 상황에 따라 오히려 번영에서 소외된 터키와 아프리카 지역에 세계 유산에 등재된 로마의 유산이 많은 게 흥미롭다. ‘로마제국 멸망 이후의 상황’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시는 문명이다. 18세기 영국의 시인 윌리엄 쿠퍼(William Cowper, 1731~1800)는 “신은 시골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지었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산업화를 이룩한 영국이 1820년에 100만 명이 넘는 최초의 근대 산업도시를 선보인 이래 인구 100만이 넘는 대도시는 전세계를 통틀어 1900년에도 겨우 11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로마는 2,000년 전에 인구 100만의 대도시를 운영하고 유지했다.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번영의 근간인가, 타락의 원흉인가
《빵과 서커스》는 고대 로마제국의 흥망성쇠를 로마가 남긴 건축, 교량, 도로 등의 유형 유산을 통해 고찰하는 책이다. 저자 자신의 경험을 접목시켜 로마를 토목·건축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또한 로마를 로마이게 한 요인들이 사라지고 난 이후의 세계와 그것이 다시 복원된 역사 사이에서 유형의 증거를 찾아내고자 시도하고 있다. 로마를 융성하게 만든 것들 가운데 하드웨어적으로는 수도와 가도, 원형 극장과 원형 경기장, 공공 욕장과 종교 시설 등의 형태가 남아 있다. 이 같은 유형의 유산과 우리에게 알려진 무형의 정보를 일치시키려는 작업이 바로 이 책이다. 기존에는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로마의 발전과 몰락을 다루고 있다.
물건이 그 사람을 말해주듯이 유산이 그 나라를 말해준다. 로마가 남긴, 지금은 세계 유산으로 보호되고 연구되고 있는 수많은 건축물과 방대한 지식의 흔적이 남아 있는 유물들, 문화 정보가 담겨 있는 공공 욕장과 원형 극장 그리고 원형 경기장,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려주는 수도와 가도 등, 로마제국의 영역에 오늘날까지 2,000년을 견디며 남아 있는 로마 유산의 생생한 증언을 담아냈다.
이 책을 통해 로마가 번영할 수 있었던 원인을 그려볼 수 있다. 문서화·표준화와 같은 정보관리, 원천 기술의 개발과 전승 및 네트워크 구축과 같은 기술관리 측면에서 당시 로마가 이뤄낸 위업을 구체적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그러고 나면 자연스럽게 “그런데 왜 암흑기라는 중세로 넘어갔을까?”라는 질문이 맴돌게 된다. 찬란한 문화와 과학기술로 1,000년을 군림한 대제국이 멸망하자 ‘암흑의 중세’가 시작된 역사의 아이러니가 호기심을 자극한다면 이 책이 꽤 흥미롭게 읽힐 것이다.
지은이_나카가와 요시타카(中川良隆)
게이오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도쿄대학교 대학원에서 토목공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다이세이건설 토목기술사로 일하면서 세계적 교각으로 평가받는 세토(瀬戸) 대교 등의 설계·시공을 관장했다. 도요대학교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에는 같은 대학교 환경건설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저자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고대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를 기존 역사학계의 시각이 아닌 건축·토목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분석하는 연구를 오랫동안 수행해왔으며, 이를 ‘고대 로마 번영사’ 3부작 《수도로 보는 고대 로마 번영사(水道が語る古代ローマ繁栄史)》《도로로 보는 고대 로마 번영사(交路からみる古代ローマ繁栄史)》《오락과 휴식으로 보는 고대 로마 번영사(娯楽と癒しからみた古代ローマ繁栄史)》로 정리해 출간한 바 있다.
옮긴이_임해성
글로벌비지니스컨설팅(Global Business Consulting, GBC) 대표이사, 인덕대학교 교수. 동국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능률협회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을 거쳐 GBC에 이르기까지 20년 넘게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해외 우수 기업의 선진화된 경영 도구와 혁신 사례를 국내에 전파하고 있다. 《토요티즘》《남자라면 오다 노부나가처럼》《도요타 VS. 도요타》《워크 스마트》등을 썼고, 《내가 하는 일 가슴 설레는 일》《세계 1%의 철학 수업》《회사의 목적은 이익이 아니다》《인공지능이 바꾸는 미래 비즈니스》《세상에 읽지 못할 책은 없다》 《전략의 본질》《퍼실리테이션 테크닉 65》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 책을 읽기 전에_남아 있는 것들로 보는 사라진 로마
들어가며_로마인이라서 행복했던 시절
제1장_로마제국이 남긴 유산들
유웨날리스의 탄식
의문의 역사
신이 만든 시골, 인간이 지은 도시
제2장_도시의 완성, 장벽과 상하수도
성곽 도시와 장성
로마의 상수도
로마의 하수도
물 에너지의 이용과 사라진 수도 기술
제3장_모든 길을 통하게 만든 로마 가도
로마 이전의 도로 시스템
세계 유산 속 로마 도로
가도의 자격
로마인들의 여행
영원한 길
제4장_빵과 서커스 ①: 식량과 바닷길
빵과 서커스의 시대
로마의 해도 시스템
배와 항해
사라진 공급망
제5장_빵과 서커스 ②: 오락과 휴식
목욕을 사랑한 로마인들
연극과 무대
검투사의 나라
키르쿠스, 전차의 질주
나우마키아, 로마 최대의 블록버스터
빵과 서커스 그 이후
제6장_만신전에서 유일신전으로
바뀌어버린 신
로마의 신전
제국 위에 세워지는 교회당
마우솔레움, 신성한 무덤
제7장_시민의 교양
리브라리움, 지식의 보고
비블리오테카 바티칸, 영광의 계승
제8장_영원할 것만 같던 제국
제국 유지의 조건
동경의 땅
왼손으로 잘라낸 오른손
로마가 남긴 것들
나오며_카이사르의 것과 신의 것
참고 문헌
로마 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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